[여섯 번째 모임] 2/18(화)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2주 만에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번 주 우리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교육과정과 핵심역량 그리고 대학진학

우리는 기독교대안학교의 교육과정을 검토하면서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대부분의 기독교대안학교는 공통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영성교육과 선택교육 등을 추가하여 교육과정을 편성 했습니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중학교 보다 더욱 많은 수업시수를 공통 교육과정에 편성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교육과정이 기독교대안학교에서 추구하는 공교육의 대안적 측면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물론 공통 교육과정은 국가에서 정한 것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받아야하는 교육과정 입니다. 하지만 공통 교육과정의 포함된 모든 과목이 인간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공통 교육과정이 한 사람의 전인적 발달이 아닌 언어적 능력, 논리적 사고 그리고 수리적 사고를 발달시키는 데 특별히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기존의 학교교육은 지식을 획득하고 사용하는 방법만을 가르쳤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전통적인 방식은 결과가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저 또한 수능을 준비하며 많은 과목을 학습했지만 수능 시험의 종료와 함께 대부분의 지식은 불현듯 사라졌습니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은 모른다는 것입니다. 과연 제 경우만 그럴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기독교대안학교가 공통 교육과정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짐작컨대 검정고시와 대학진학 문제 때문일 것입니다.

미인가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학력인정을 위해 반드시 검정고시를 봐야합니다. 검정고시의 고시과목은 필수와 선택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공통 교육과정은 검정고시의 필수과목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미인가 대안학교가 공통 교육과정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있는 것일까요? 하지만 검정고시를 경험한 상당수의 사람들에 따르면 검정고시의 수준이 매우 낮다고 합니다. 즉 검정고시를 위해서 모든 과목을 미리 배워야 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공통 교육과정 중심의 교육과정은 검정고시 대비보다는 대학 진학을 염두 한 것이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아이들은 수시 전형 보다는 정시 전형에 집중 합니다. 왜냐하면 검정고시 출신자가 수시 전형에 지원하는 것에 여러 가지 제약 (http://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159426)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입 수시와 정시의 비율은 8:2 정도입니다. 하지만 미인가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80프로를 선발하는 수시 전형을 포기하다 시피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검정고시 출신자들은 대입전형에서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합니다. 하지만 학생부 관리에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공교육 학생들이 검정고시를 대안으로 생각하고 자퇴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현 상황이 쉽게 나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2024년부터 수시와 정시 비율이 6:4로 변경된다는 것에 기대를 해 봐야 할까요? 결국 미인가 대안학교 학생들은 대학진학을 위해 수능 시험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대안학교에서도 공통 교육과정 중심의 교육과정을 채택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수능 시험을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효율적인가?에 대한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검정고시나 수능과 같은 시험은 결국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기가 개별 교과에 대한 이해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고, 문제를 논리적 또는 수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이 뛰어나다면 과목별 문제를 푸는 방법은 금세 습득할 수 있습니다. 즉, 개별 교과를 각각 배우는 것이 아닌 평소에는 기본기(핵심능력 : 텍스틀 읽고 요약하기, 논리적으로 생각하기 등)를 높은 수준으로 발달시키는 데 힘을 쏟고, 이후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시험에 적합한 기술(과목별 문제를 대하는 요령 등)을 습득하면 됩니다. 저는 시험을 위한 기술은 금세 사라져버리는 지식이라 생각합니다. 금세 사라져버릴 지식을 위해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거나 올바른 신앙인으로 바로 서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활동은 이러한 핵심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교육활동은 학생들의 전인적 발달을 도울 것입니다. 이처럼 핵심능력을 정의하고, 핵심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도록 기본과정과 프로젝트를 조합하여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본과정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키우는 활동입니다. 또한 프로젝트는 학생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의 발달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활동입니다. 프로젝트의 좋은 예로 매거진을 만드는 활동을 들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매거진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통해 각자의 읽기, 쓰기, 의견 제시 능력 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인턴십도 하나의 좋은 예입니다. 다만 우리는 학생들에게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요구함으로써 학생들이 그들의 핵심능력을 높은 수준으로 발달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본과정을 교과형 수업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아니면 특정 과정에 녹여내야 하는지 등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2. 오디세이 학교

교육과정을 검토하다가 메트스쿨의 운영 방식이 유사하게 녹아 있는 학교를 발견했습니다. 오디세이학교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학교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일년 동안 오디세이학교를 다니며 삶의 의미와 진로 등을 고민합니다. 오디세이학교는 대안교육과 공교육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합니다. 학생들이 1년 후에 다시 공교육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진학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교육과정을 구성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교육 과정안에 공통 교육과정이 포함되어 있지만 굉장히 적은 시수를 편성했습니다. 아래는 오디세이학교 민들레의 일과표입니다.

<출처 : 2019 오디세이학교 교육계획서, 29쪽>

흥미롭지 않나요? 오디세이학교의 일과표는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앞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할 때 많은 부분을 참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디세이학교가 궁금하신 분은 홈페이지를 참고 하시길 바랍니다.(http://odyssey.hs.kr/).

마지막으로

저는 굉장히 계획적인 사람입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에 늘 제가 가지고 있는 자원과 능력을 기준으로 일의 진행 여부를 판단했습니다. 만약 불가능하다 싶으면 두 가지 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곤 했습니다. 첫 번째, 자원과 능력을 확보할 때까지 기다리기. 두 번째, 일을 포기하기. 하지만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두 가지 대안이 아닌 것을 선택했고 그것이 기독교대안학교 설립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혹시 ‘나의 능력이 부족해서’ 또는 ‘내가 가지고 있는 자원이 없어서’라는 생각이 들어 함께하기를 주저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오히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더욱 하나님을 의지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입니다. 이 일을 시작하고, 그동안 제가 얼마나 나를 의지하고 살았는지 알게 됐습니다. 나를 죽이는 것이 무엇인지를 날마다 경험하고 있습니다. 기독교대안학교를 설립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과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일이라면 하나님께서 이루어나가실 것을 믿습니다. 이 즐거운 여정에 함께 참여하고 싶지 않으세요? ^^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마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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